우리는 누구나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그러나 행복이 무엇인지 물으면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동화가 “그래서 왕자님과 공주님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고 말하고 재빨리 끝을 내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 후 닥쳐오는 길고 일상적인 삶이 호락호락 행복을 보장해주기는 심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왕자님은 씩씩하고 공주님은 아름다워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보기 좋게 타파한 영화 중 하나가 바로 ‘슈렉’이라는 만화영화다. 이 영화는 정말 당신의 행복이 외모와 고정관념에 달려있는가에 대해 충격적인 결말을 보여주며 끝난다.
늪에 사는 괴물 ‘슈렉’과 마법에 걸린 공주 ‘피오나’는 인간은 어떻게 생겨야 행복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고 사랑 받을 수 있으면 행복하다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금년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고 각본상을 타면서 기염을 토한 영화 ‘주노’도 인간의 행복에 대해 상당히 흥미 있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16살에 단 한번의 성관계로 임신한 여주인공 주노는 어떻게 이 난국을 타개해 나갈까 하는데 보통 고민하는 것이 아니다. 처음에는 임신 중절도 생각해 보지만 뱃속의 아기가 이미 심장이 뛰고 있고 손톱이 생겨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한다.
그 다음부터 영화는 우리가 지니고 있는 상투적인 편견을 깨부수고 주노와 아버지, 새어머니, 친구들, 입양하려는 예비부모들의 태도를 다양하게 보여준다. 이미 일어나 버린 일에 대해 비난하지 않고 배려하고 서로 돕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산뜻한 뒷맛을 남기고 끝난다.
이 영화가 미국에서 거의 허리케인에 맞먹는 정도로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니 어째서일까. 아마도 솔직 당당하고 사랑스러운 여주인공 ‘엘렌 페이지’가 철부지 소녀처럼 보이지만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를 뛰어난 연기력으로 소탈하게 보여준 점도 큰 기여를 했을 것이다.
주노의 가정은 상식적으로 말하자면 실패한 가족이다. 첫 결혼에 실패한 서민층 아버지와 새어머니, 배다른 여동생과 살고 있는 주노는 16세에 임신을 덜컥해버렸다. 이야기만 들어도 불행한 가족의 전형처럼 보인다.
이제 아버지는 격분에 차 소리 지를 것이며, 새어머니는 자기가 낳지 않은 딸의 행실에 대해 비난을 퍼부을 것이며, 주노는 의기소침해지고 울면서 원망과 슬픔에 가득 차 있을 것이라는 게 우리들의 예측이다. 우리나라를 뒤덮고 있는 대부분의 드라마는 그렇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거의 프랑켄슈타인에 맞먹는 괴상하고 병적인 시집 식구들을 드라마를 통해 접하면서 젊은 여성들이 결혼에 공포감을 품고 기피증에 걸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임산부 비타민부터 챙기는 새어머니와 몸이 무거워 뒤뚱거리는 딸을 텔레토비라고 놀리면서도 변함없이 사랑해 주는 아버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다.
영화는 슬픔과 갈등, 고통과 혼란의 측면도 외면하지 않고 보여주지만 예상하지 않았던 쪽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가장 행복한 커플로 보이던 예비부모 여피 부부가 사실은 내면적으로 깊고 심각한 의사불통의 문제를 겪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과연 행복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되었을 것이다.
20살 된 아들이 아버지에게 통보했다.
“저는 제 인생을 찾아 떠나겠어요.”
아버지가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네 인생이라는 게 도대체 뭐냐?”
“저는 즐겁게 살고 싶다구요. 돈도 많이 벌고 싶고, 여행도 하고 싶고, 멋진 여자들도 만나 사랑받고 싶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저를 막지 마세요.”
아들이 일어서서 나가려고 하자 아버지가 아들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왜 이러세요? 막지 마시라고 했잖아요?”
“막긴 누가 널 막는다고 그러냐? 어서 앞장서라. 같이 떠나자.”
막상막하의 부자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사람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자기가 꿈꾸는 행복의 원형에 대해 자기 나름대로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겉으로 보이는 외관만으로 한 개인의 내면적 행복도를 알아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즈음 청소년들이 가장 선호하고 부러워하는 직업이 연예인이라는 이유도 그들의 관점으로 볼 때 연예인들이 행복해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름다운 외모와 인기와 굉장한 수입과 자유롭고 즐거운 인생처럼 보이는 여러 가지 이미지 메이킹이 그런 생각을 불러일으키게 할 것이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자기 존재의 근원이 타인들의 인기에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 하는 사람들의 불안은 상상하기 어렵다. 웃기지 못하는 날이 그대로 정년퇴직의 날이 되어버리는 개그맨들이 집에 돌아가서는 스트레스에 시달려 잘 웃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인생은 우리가 생각하듯이 공정한 것도 아니고 노력한 만큼의 보상이 내가 보기에 정당할 만큼 골고루 나누어지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행운을 비는 이유는 우리의 노력을 뛰어넘는 무엇인가에 대한 기원이고 행운의 선물을 기대하는 마음이라고 볼 수 있다.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있을 때, 프라세나짓 왕이 부처님을 찾아와 법을 청했다. 그 때 부처님은 세상에 네 종류의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첫째가 어두운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나아가는 사람, 둘째가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나아가는 사람, 셋쩨가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을 나아가는 사람, 넷째가 밝은 곳에서 밝은 곳으로 나아가는 사람이라며 설명을 들려주었다.
어두운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나아가는 사람이란, 현재의 상황이 불행하고 고통스러워 그 괴로움 때문에 더욱 악행을 행함으로써 현재 뿐만 아니라 미래까지도 괴로운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사람이다. 사회적으로 신분이 낮은 집안에 태어났다거나, 신체에 장애가 있고 병이 들었다거나, 집안이 가난해서 배운 것이 없다거나 해서 현재의 삶이 고통스럽고 마음도 괴롭게 된다. 그래서 남에게 하는 말도 악담에 험담뿐이고 화내고 짜증내고 자칫하면 남과 다투고 남을 원망하고 미워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이런 사람이 어둠에서 어둠으로 나아가는 사람이다.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가는 사람이란, 비록 신분이 낮고 신체장애가 있고 가난하고 배운 게 없는 등 모든 조건이 세상 사람이 볼 때는 불행한 것뿐이라 할지라도, 능히 그런 어려움을 이겨내, 비록 가난해도 자기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 돕고, 남에게 자비롭게 말하고. 진실을 말하고 남을 해치려는 마음을 내지 않고, 선한 마음으로 선한 행동을 해나가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나아가는 사람이다.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나아가는 사람이란. 지위가 높은 집, 부잣집에서 태어나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고 사회적으로도 지위가 높고, 얼굴도 잘 생기고 신체도 건강한, 세상 사람들이 볼 때 남 부러울 게 없는 사람인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 마음이 교만해져 남을 업신여기고, 가난한 사람을 돕기는커녕 되레 물건을 뺏고, 방탕하게 생활하면서 다른 사람이나 생명을 함부로 해치고, 입에는 욕설을 달고 다니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나아가는 사람이다.
밝은 곳에서 밝은 곳으로 나아가는 사람이란, 부유하고 배움도 있고 교양도 있고 얼굴도 예쁘고 신체도 건강해서 남부러울 것이 없는데, 가난한 사람을 보면 베풀고 어려운 사람을 보면 돕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자기가 잘났다고 뽐내지 않고 겸손하게 행동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밝은 곳에서 밝은 곳으로 나아가는 사람이다.
‘주노’는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나가면서 행복을 찾아가는 삶의 간단한 원칙을 우리에게 상큼하게 보여주고 있다.
자신과 상대방을 밝은 곳으로 이끌 수 있다면, 진심으로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슈렉’처럼, ‘피오나’ 공주처럼 또는 ‘주노’처럼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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