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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리 (상담심리전문가)

이 세상에 완전한 부모는 없다. 아이를 심하게 대했다고 부모로서의 자격이 없는가? 물론 그런 것은 아니다. 부모 자식 간에 기본적인 애정과 신뢰감이 있다면 아이가 금새 비뚤어지는 일은 없다. 문제는 부모가 아이에게 부정적인 행동 방식을 집요하게 계속하느냐, 계속하지 않느냐이다. 어떤 식으로든 자녀에게 고등을 주는 부모, 그들이 바로 흔들리는 부모들이다.

흔들리는 부모에게서 자라난 자녀는 무엇이든 부모의 허락을 받지 못하면 불안하다.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갈 수 없는 것은 이 불안감 때문이다. 흔들리는 부모를 둔 가정에서 자식들은 두 가지 행동방식을 드러낸다. 그 하나는 부모의 기분을 만족시켜주기 위해서 하라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이 경우는 비록 자신이 바라는 것이 있어도 부모의 신망을 항상 우선시한다. 또 하나는 정반대로, 비록 울부짖고 으름장을 놓고 단절까지 할 정도로 부모를 무시하는 경우이다. 그러나 그 경우 역시 부모에게서 자유롭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부모에게 심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도 따지고 보면 부모에게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고, 그것은 컨트롤 당하고 있다는 반증이 된다.
부모에게 어느 정도 자신을 매어 두었는가는 자신의 사고방식, 감정, 행동의 3가지에 대해서 알아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사고방식의 체크
다음의 체크리스트는 여러분의 감정이나 행동의 근본에 어떠한 사고방식이 놓여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자신을 속이지 않고 찬찬히 마음속을 관찰해 보기 바랍니다. 부모는 아버지든 어머니든 상관없다.

부모와의 관계에 대한 나의 견해
1. 부모는 내 행동여하에 따라 행복하거나 불행해진다.
2. 부모는 내 행동여하로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거나 생각하지 못한다.
3. 부모에게 있어 나는 인생의 전부이다.
4. 부모는 나 없이 살아갈 수 없을 것 같다.
5. 나는 부모 없이 살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6. 만일 내가 사실대로(예를 들어 이혼, 임신중절, 동성애 등) 털어놓는다면 부모는 충격으로(혹은 노한 나머지) 쓰러질 것이다.
7. 만일 부모에게 대들면, 나는 영원히 의절 당하고 말 것이다.
8. 부모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는지 말하면 의절 당하고 말 것이다.
9. 부모의 기분을 상하게 할 만한 일은 말하거나 해서는 안 된다.
10. 내 기분보다 부모가 중요하다.
11. 부모와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래본들 제대로 된 적이 없다.
12. 부모가 변하기만 한다면 내 기분은 상쾌해질 것이다.
13. 내가 나쁜 아들(딸)이다. 부모에게 잘못한 것이 많다.
14. 만일 그들한테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가를 알리면 그들 태도가 변할 것임에 틀림없다.
15. 그들이 어떠한 일을 했다고 하더라도 부모이므로 경의를 표하지 않으면 안 된다.
16. 나는 부모에게 컨트롤 따위 받지 않는다. 늘 부모와 사사건건 부딪힌다.

만일 이 가운데 4개 이상이 “예”라면, 여러분의 마음은 여전히 부모와 상당히 얽혀 있다. 받아들이기 괴롭겠지만 위의 질문은 모두 부정적인 것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도움이 되기보다는 자신에게 해가 되는 생각들이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한 독립된 하나의 인간이 될 수 없다. 계속 정신적인 의존에 묶인 채 에너지를 빼앗겨버릴 것이 분명하다. 부모가 행복하거나 불행한 것에 관한 책임이 자녀인 여러분에게 있다고 느낀다면, 여러분은 부모를 기쁘게 하거나 슬프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그 생각이 문제다. 부모의 감정은 다른 사람의 행동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성인이라면 누군가에게 상처받았을 때 자신을 치유하는 것은 자신의 책임이다. 그것은 부모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만일 여러분이 자신의 뜻을 버리고 부모들의 기분에 좌우되어 무언가를 선택했다면, 그것은 여러분의 인생이라고 할 수 없다. 그것은 부모의 인생일 뿐이다.

감정의 체크
누구든 부모에 대해서는 그것이 어떤 것이든 강한 감정적인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 보통이다. 여러분의 감정을 알아내는 작업을 쉽게 하기 위해서 죄책감, 두려움, 슬픔, 분노의 네 가지 감정을 정리하였다. 이런 감정들은 모두 계기가 있으면 자동적으로 솟아오르는 부정적인 감정들이다. 그것들은 직접적으로 갈등의 원인이 되는 감정들이다. 괴롭겠지만 자신의 상태에 가깝다고 생각되는 것에 표시를 해 보기 바란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
1. 부모의 기대대로 하지 못하면 죄책감을 느낀다.
2. 부모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을 하면 죄책감을 느낀다.
3. 부모의 충고를 거역하면 죄책감을 느낀다.
4. 부모와 언쟁을 함녀 죄책감을 느낀다.
5. 부모에게 화를 내면 죄책감을 느낀다.
6. 부모를 낙담시키거나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하면 죄책감을 느낀다.
7. 부모를 위해 십분 노력하지 않으면 죄책감을 느낀다.
8. 부모가 하도록 한 것에 대한 모든 것을 하지 않으면 죄책감을 느낀다.
9. 부모가 말하는 것을 거부하면 죄책감을 느낀다.
10. 부모에게 큰 소리를 들으면 무섭다.
11. 부모가 화를 내는 것이 무섭다.
12. 부모에게 화를 내는 것은 두렵다.
13. 부모가 듣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그들에게 말하는 것은 두려워서 못한다.
14. 부모가 애정을 주지 않게 되는 것이 두렵다.
15. 부모의 뜻에 반대하는 것이 두렵다.
16. 부모에게 반대하여 맞서는 것은 무서워서 꿈도 못 꾼다.
17. 부모가 기뻐하지 않으면 서글프다.
18. 자신이 부모를 낙담시켰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서글프다.
19. 자신이 부모의 생활을 개선시켜 드리지 못하면 서글프다.
20. 내가 원인이 되어 그들의 인생을 망쳤다는 말을 들으면 서글프다.
21. 자신이 바라는 것을 하여 그것이 부모에게 상처를 준다면 서글프다.
22. 부모가 나의 남편(아내, 애인, 친구 등등)을 좋아하지 않으면 서글프다.
23. 부모로부터 비판당하면 화가 난다.
24. 부모가 나를 컨트롤하려고 하면 화가 난다.
25. 어떠한 인생을 살 것인가에 대해 부모가 참견하면 화가 난다.
26. 내가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데에 대해서 부모가 참견을 하면 화가 난다.
27. 부모가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면 화가 난다.
28. 부모가 나를 통해서 자신의 인생을 살려고 하면 화가 난다.
29. 부모로부터 무언가 요구받으면 화가 난다.
30. 내가 부모를 돌볼 것을 그들이 기대하고 있으면 화가 난다.
31. 부모에게 거부당하면 화가 난다.

만약 여러분이 1/3 이상을 “예”라고 생각한다면 여러분은 아직 심리적으로 부모에게 얽매인 정도가 강한 편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여러분의 감정은 아직도 부모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행동의 체크
인간에게는 먼저 사고방식이 있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감정이 있다. 그리고 그 결과로 행동이 일어난다. 따라서 행동의 방식을 변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고방식과 감정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다음 리스트에 나타난 행동들은 사고방식과 감정으로부터 파생한 것이다. 이 행동들은 각각 복종과 반항의 두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부모와의 관계에 있어서 나의 행동패턴

복종의 경우
1. 자신이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에 관계없이 부모의 말에 따르는 일이 자주 있다.
2. 본심을 부모에게 말하지 않는 일이 자주 있다.
3. 솔직한 느낌을 부모에게 말하지 않는 일이 자주 있다.
4. 부모와 불화가 있을 때도 사이가 좋은 것처럼 행동한 적이 잦다.
5. 부모와 함께 있을 때에는 표면적으로 마주하고 있을 뿐 모조품이 되버리는 경우가 자주 있다.
6. 부모와의 관계에서 자신의 자유로운 의사가 아닌 꺼림직함이나 불안으로 인해 행동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7. 부모를 변화시키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8. 부모에게 나의 생각을 이해시키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9. 양친이 싸우고 있을 때 중재하는 경우가 있다.
10. 부모를 기쁘게 해주려고 자신을 희생하는 경우가 있다.
11. 언제나 집의 비밀을 지키는 것은 자신의 역할이다.

반항의 경우
12. 내가 올바르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서 언제나 부모와 말다툼을 벌인다.
13. 내 생각이 있음을 나타내기 위해서 부모가 싫어하는 것도 게의치 않고 생동한다.
14. 부모가 나를 컨트롤 할 수 없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서 큰 소리를 지르거나 독설을 퍼붓기도 한다.
15. 부모에게 폭력을 행사하지 않도록 자신을 제어할 때가 잦다.
16. 나의 참을성은 이제 한계를 넘었다. 부모와는 인연을 끊는 것을 생각중이다.

이 행동 가운데 두 가지 이상 일치하는 사람은 아직 부모의 존재가 인생의 커다란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해도 좋다. 그러나 복종과 반항의 차이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복종적인 행동이 자녀의 정신적 독립을 막고 있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지만 반항은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반항적 행동 역시 자신이 부모에게 얽매여 있다는 증거가 된다. 다시 말하면 격한 감정을 수반하거나 반복하는 행동들은 자신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한 선택의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자신이 독립한 존재임을 증명해 보이기 위한 것임엔 틀림없지만, 맹목적인 복종 못지않게 부모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증거가 된다. 우리가 느끼기에 그 둘은 동전의 양면에 불과하다.

체크리스트를 하고 나면 여러분과 부모가 심리적으로 어떠한 관계인지 가늠할 수 있다. 그럼 여러분과 부모 사이의 악연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단 말인가? 아니다. 부모는 변하지 않지만 여러분은 변할 수 있다. 여러분이 변하면 된다. 그러자면, 흔들리는 부모와의 유해한 관계를 떨쳐버리자면 도대체 그들이 무엇을 통해 그렇게 강하게 여러분을 휘어잡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일이 시급하다. 그러나 자신의 상태를 알았다고 당장 부모와 노골적으로 맞서려는 것도 위험하다. 만일 그러한 충동이 생겨나면 꾹 참는 것이 좋다. 충동적인 행동은 절대로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 여러분이 우선 먼저 할 것은, 유해한 사고방식과 자멸적인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물론 본래의 자신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도대체 어떠한 사람인가를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