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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새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소통의 부재에 대해 비난하고 있다. 지난 정부에 대해서도 이들이 했던 비난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 결과가 보여준 바에 의하면 젊은 세대 중 다수가 새 정부를 지지하지 않았으니 대학생들을 포함하여 젊은 세대들의 생각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소통만 잘되면 대한민국의 모든 문제가 다 없어질 것 같다. 소통만으로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가 다 없어질 리야 없겠지만, 사회 문제를 해소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소통은 중요하다.
TV에서 대학생처럼 보이는 젊은이들이 소통을 외칠 때마다 그럼, 그럼 하고 맞장구를 쳐준다. 그러나 거리에서 보이는 그들의 모습은 소통과는 왜인지 거리가 멀어 보인다. 지하철을 타면 수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혹은 서서 작은 액정 화면에 코를 묻고 있다. 심지어 다정히 팔짱을 낀 젊은 연인들마저도 각자의 액정 화면에 시선을 집중하고 때로는 각자 그 액정 위에서 엄지를 부지런히 움직인다. 덕분에 물건을 파는 장사꾼이 내는 소음만이 거슬릴 정도로 지하철이 조용해진 것 같다.
한국에서 꽤 오래 살았던 어느 서양인의 한국 사람에 대한 평가를 흥미롭게 읽었다. 그에 의하면 한국인은 개인주의가 발현한 미국인들보다도 더 개인적이다. 그런데 한국인의 개인주의는 한국적 개인주의다. 미국인들의 개인주의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경계 안에서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지만, 한국인의 한국적 개인주의는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의 피해는 고려하지 않는단다. 그가 한국에서 어떤 경험을 했기 때문에 이렇게 말했는지 알 수 없지만, 그가 한 경험이 예외적인 것이라 말해주고 싶다. 하지만 솔직히 그가 한국에서 한 경험이 오늘의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 정말 예외적인 것인지에 대한 확신은 없다.
자아실현이란 말은 서구의 개인주의와 함께 발전해온 개념이다. 자아실현은 오늘날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직업을 선택하는가를 생각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오랫 동안 자기 보다는 가족, 지역 사회, 국가의 중요성이 더 강조된 문화 속에서 피로가 쌓여온 사람들에게 자아실현이란 개념은 ‘힐링’을 주었다. 자아실현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우리 사회가 개인이 자기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할 큰 의무를 져야 한다고 말한다.
사실 자아실현은 개인의 권리에만 초점을 둔 개념은 아니다. 사람들에게 자아실현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한 상담학자 Rogers는 자아실현이 궁극적으로 인류애를 충만하게 경험하는 것이라 믿었다. 그의 관점에서 보면 자아실현은 자기중심적이 아닌 개인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며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 위에서 가능하다. 더 나아가 자아실현은 혼자가 아닌 둘 이상의 사람들이 서로 자극하며 자신의 잠재력을 성장시키고 발달시키는 과정이다. 자신이 자신답게 되는 길은 개인주의적 시각에서 벗어나 오히려 타인과 상호 긍정적 관심을 개발하고 의사소통함에 의해 닦여진다.
내 생각과 다른 생각에 귀와 눈을 여는 것은 내가 나답게 살 권리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서로 다른 생각에 의해 서로의 잠재력을 자극하고 함께 성장함으로써 개인적 존재로서의 자신 뿐 아니라 사회적 존재로서의 자신도 함께 발전하게 된다. 이렇게 건강한 자극은 연인들이 보여주는 긍정적이며 수용적인 관심과 공감 안에서만 가능하다. 작은 액정화면 위의 세계에서는 가족이나 연인이 만들 수 있는 넓고 따뜻한 관계를 만들기 어렵다. 분노와 함께 자기만의 액정화면에 갇힌 채 다른 의견에 귀와 눈을 닫으면 결코 실존적 존재로서의 인간 성장을 이룰 수 없다. 정말 자기를 실현하고자 한다면 부끄럼 없이 자기만을 주장할 수 있는 액정화면에서 눈을 돌려, 살아 있는 사람을 만나고 존중하고 공감하고 수용하고 서로 자극하고 자극받기를 주저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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