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의 1년은 정말 제 인생 최고의 1년이었습니다.
산업디자인과에서 경쟁에 치여 매일 밤을 새며 작업을 하던날들을 뒤로하고 아름답고 평화로운 나날들을 보냈습니다.
커리어적이고 스킬적인 능력향상 강박에 갇혀살던 저의 삶을 되돌아보고 인격체로서 성장하는, 정말 상상하지 못한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던 1년입니다.
디자인적으로는 솔직히 우리 홍대에 비해 퀄리티나 학생들의 수준이 낮았습니다. 저는 학교수업 그자체 보다는 학교 친구들, 기숙사 친구들과 동거동락하며 거기서 배우는 정말 색다른 경험과 시행착오들에서 보는 인생의 경험이 교환학생의 가장 큰 의의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추천하는 것 중에 하나는 최대한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을 직접 부딪혀보고 겪어보는 것입니다.
물론 한국인들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한국인들과 사이좋게 지내면서도 얼마든지 다양한 사람들과 진짜 친해질 수 있습니다. 기숙사에 정말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문화권끼리 뭉쳐다닙니다. 남미 친구들은 남미끼리, 아랍권 친구들은 아랍권 친구들끼리 뭉쳐다닙니다. 그에 대해 친구들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부류도 있었지만,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부류도 있었습니다. 저또한 한국인들과만 뭉쳐다닌다면 교환학생을 온 의미가 많이 퇴색된다고 생각했기에, 모든 문화권 그룹들에 속해 함께 독일 각지에 여행도 다니고, 다른 나라 구경들도 많이 갔습니다.
인도 친구들과 함께 간 여행에서는 그들이랑 함께 인도영화를 보고 그친구들이 해준 치킨카레를 먹고, 체코계 독일인 친구와 체코를 놀러가서 전통음식을 먹고, 스페인 친구와 스페인을 놀러가서 현지 맛집과 해변을 찾아다니고, 모로코 친구와 모로코를 가서 사하라 사막도 가고 이슬람 모스크에서 절도 해보고 현지 식당에서 모르는 모로코 사람들과 껴안고 모로코 월드컵 경기를 응원했습니다. 정말 다양한 문화를 편견없이 그대로 받아들였고 저의 세상에 대한 시야를 더욱 넓히고 더욱 큰 사람이 될 수 있는 발판이 된 것 같습니다.
두번째 추천은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입니다.
첫학기가 끝날 무렵 저는 독일에서 인턴쉽을 구하고 싶어 학교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 결과 채용공고가 올라온 기업들을 정리한 학교홈페이지 게시판을 소개 받을 수 있었고 그 후 두달 정도 끊임 없이 포트폴리오와 CV를 보냈습니다. 대략 10-15군데의 기업에 지원했고 그중에서 3군데에 붙어 최종 한 곳을 선택해 인턴을 진행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한국에서도 인턴쉽의 경험은 있었지만, 낯선 땅에서 제 발로 찾아다니며 큰 기업들을 상대로 영어면접을 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계속 할 수록 노하우가 쌓이고 익숙해 졌고 결국 좋은 결과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인턴쉽을 붙고 나서도, 지역을 옮기면서 다시 거주지등록을 옮기고 집을 구하고 이사를 하는 등 정말 많은 시련에 부딪혔지만, 그동안 사귄 독일 친구들의 도움과 끊임없는 도전으로 하나둘씩 일들을 해쳐나갈 수 있었습니다.
인턴쉽을 했던 기업또한 독일 현지기업이고 독일어를 못하는 사람을 뽑은것이 최초라고 했지만, 매일 사수에게 독일어 단어나 구문을 듣고 따라하며 연습했고 디자인 업무도 잘 하여 인턴이 끝날 때 쯤엔 업무와 커뮤니케이션 모두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독일은 정말 행정 시스템과 서비스 시스템이 안좋은 나라입니다. 전반적인 유럽이 다 그렇습니다. 최대한 인내심을 기르되 모든 정황들을 이메일과 우편으로 증거물을 남기셔야 나중에 불리한 상황이 안생깁니다.
돌아오면 다 추억이니 마음을 내려놓고 편하게 유럽생활을 즐기셨으면 합니다.
남는것은 사람들과 사진 뿐이니 세계 각지의 친구들을 사겨보세요. 저는 한국돌아온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 다들 세계 각지에서 연락하고 놀러오면 재워준다고 합니다. 이 1년의 기억이 앞으로 취업생활 및 인생 전체에서 큰 활력소가 되고 동기부여가 되고 좋은 밑거름이 될것같습니다.